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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검은 금요일 (매점매석, 검은권력, 작전주)

by 재미있는경제사 2026. 5. 14.

일반적으로 금융 위기는 경기 침체나 대외 충격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위적인 시장 조작이 훨씬 더 빠르고 잔인하게 개인 투자자를 무너뜨립니다. 처음 알트코인 단타에 손을 댔을 때, 저는 이게 그냥 운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처참하게 물리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패턴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50년 전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금 공황과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코인 시장의 수법이 거의 판박이였습니다. 탐욕의 구조는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지금 소개할 이 사건이 딱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매점매석으로 금 시장을 장악

1869년 9월 24일을 미국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의 쇼핑 할인 행사와는 전혀 다른, 금융 공황의 날입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대담한 경제 조작 시도 중 하나와 관련이 있었으며,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국가 전체의 금융 안정성을 위험에 빠뜨린 사건이었습니다. 이 스캔들은 탐욕, 부패, 금융 혼란으로 얼룩져 있으며, 19세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월스트리트에도 여전히 울려 퍼지는 교훈을 제공합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제이 굴드와 제임스 피스크라는 두 투기꾼이 있었습니다.

1869년 당시 미국은 금본위제(Gold Standard)를 기반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남북 전쟁에서 회복 중이었고,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금본위제란 유통되는 종이 화폐가 반드시 금으로 교환될 수 있도록 금의 보유량에 연동시키는 통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금값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였습니다.

제이 굴드와 제임스 피스크는 이 구조의 허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들이 쓴 핵심 전략은 코너링(Cornering)이었습니다. 코너링이란 특정 자산의 유통 물량 대부분을 매집해 공급을 인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장 조작 기법입니다. 그는 시장에 유통되는 금을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틀어막았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지금의 매점매석과 정확히 같다고 느꼈습니다.

검은권력과의 결탁과 내부자 거래

시중에 풀린 금을 싹쓸이하면 공급이 줄고, 공급이 주니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니 뒤늦게 불나방처럼 투자자들이 몰려듭니다. 186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금값은 온스당 130달러에서 162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여기서 이 사건을 단순한 투기와 구별 짓는 결정적 요소가 있습니다. 굴드는 검은 권력과 결탁했습니다.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의 처남인 에이블 코빈을 매수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작전 세력이 금융감독원 간부를 뇌물로 매수해 조사를 틀어막는 것과 같습니다.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라는 개념도 당시에는 법제화조차 되어 있지 않았으니, 이들은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내부자 거래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불법 행위로, 현대에는 자본시장법으로 엄격히 규제하는 행위입니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랜트 대통령이 재무부에 금 방출을 지시했고, 이 소식이 퍼지자 9월 24일 뉴욕 월가에서는 패닉이 시작되었습니다. 온스당 162달러에 도달했던 금값은 폭락하기 시작했고, 골드룸 거래장은 고함, 울음, 주먹다짐으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재산이 몇 시간 만에 사라졌고, 금 투기를 위해 막대한 돈을 빌렸던 상인들은 파산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급락했고, 뉴욕 증권 거래소, 금 시장, 국채 시장 모두 붕괴했습니다. 달러의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제 무역은 중단되었고, 검은 금요일의 파장은 전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굴드는 정부 결정을 사전에 에이블 코빈으로부터 입수해 폭락 직전 최고가에서 보유 물량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전형적인 작전주 결말입니다. 세력은 유유히 빠져나가고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전부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1869년 블랙 프라이데이 당시 시장 조작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 시장 유통 물량 대부분을 집중 매집해 공급 통제
  • 권력 핵심부 매수로 정부 개입 차단
  • 가격 상승을 보고 뛰어든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 전가
  • 내부 정보로 폭락 직전 전량 매도 후 이탈

이 사태는 의회 조사(가필드 위원회)로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제도 변화는 없었습니다. 거의 40년이 지난 1907년 공황을 거쳐서야 1913년에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창설되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란 미국의 중앙은행 시스템으로, 통화량 조절과 금융 안정을 담당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합니다. 피해가 반복되고 나서야 규제가 따라온 셈입니다(출처: 연방준비제도 공식사이트).

작전주와 밈코인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구조

일반적으로 현대 금융 시장은 규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이런 노골적인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주식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직접 시장에 발을 담가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실제로 몇년전에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오르던 주식은 갑자기 4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무섭게 개미들의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주식이 올랐음에도 언제 급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호가창을 보고 있었는데 불과 1분도 안되는 사이에 15퍼센트 상승중이던 주식이 마이너스 15퍼센트로 급락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 이후에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빠지기 시작했고 빠져나오지 못한 개미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던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유통 물량이 극도로 적은 밈코인이나 소형 알트코인 시장을 보면 코너링의 현대판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Market Cap)이 낮은 코인일수록 소액의 자금으로도 가격을 수백 퍼센트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시가총액이란 발행된 코인 전체 수량에 현재 가격을 곱한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세력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단타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코인도 시가총액이 수십억 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세력 입장에서는 몇억 원으로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구조였던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수법의 유사성입니다. 텔레그램 리딩방에서 특정 코인을 추천하면 거짓 수요가 형성되고, 가격이 오르는 차트를 본 일반 투자자들이 몰려듭니다. 이른바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기법입니다. 펌프 앤 덤프란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고점에서 대량 매도해 시세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시장 조작 방식입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 및 제재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가 직접 겪었던 시장조작은 예상 밖으로 정교했습니다. 차트만 보면 정상적인 수요에 의한 상승처럼 보입니다. 거래량도 갑자기 터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재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그 흐름에 탑승하면 처음 며칠은 실제로 수익이 납니다. 문제는 빠져나오는 타이밍을 세력만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1869년 굴드가 그랬던 것처럼, 리딩방 운영자들도 구독자들이 진입한 직후 자신들은 물량을 처분합니다. 이 구조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이 먼저 움직였던 게 저의 실수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한 구조가 작동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즉 신용등급이 낮은 차입자에게 발행된 주택담보대출을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포장해 전 세계 투자자에게 판매했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투기와 아무 관련 없던 수백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1869년에 밀 농부들이 금값 폭등의 피해자가 됐던 것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투기적 자산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전이 위험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연방준비제도).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많은 안전장치들이 존재하는 현재의 시장에서도 이러한 수법들이 그대로 복제되어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양산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15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건 금에서 코인으로 바뀐 대상물과 텔레그램이라는 도구뿐입니다. 세력이 유통 물량을 장악하고, 일반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최고가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는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력이 설계한 게임판 위에서 이기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 시장에 참여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a34XuLzX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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