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2배, 3배짜리 레버리지 종목이 인생을 바꿀 유일한 기회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참 부끄럽게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제 스마트폰 주식 계좌에는 투자했던 레버리지 종목들이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왔다갔다하고,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호가창을 들여다보며 심장이 덜컥거리는 일희일비의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180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모두가 욕망에 눈이 멀어 무너질 때, 홀로 막대한 현금을 쥐고 시장을 지배했던 '헤티 그린(Hetty Green)'의 이야기가 이런 저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마녀, 헤티 그린의 투자법과 압도적인 사례
헤티 그린의 투자법은 잔인할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빚을 절대 쓰지 않고 오직 '부채 없는 내 현금'으로만 투자하며, 배당과 이자, 임대료가 꼬박꼬박 나오는 우량 자산만 고른 뒤, 수십 년 동안 묻어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월스트리트의 마녀'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무서워했습니다. 평생 검은 옷 한 벌만 입고 걸어 다니며 비누 한 장 쓰는 것도 아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남들이 탐욕에 미쳐 날뛸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공황이 와서 피바다가 된 시장에 나타나 철도 주식과 부동산을 헐값에 쓸어 담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철학이 세상 앞에 증명된 역사적인 무대가 바로 1907년 미국 은행 패닉 사태였습니다. 뉴욕 증시가 완전히 마비되고 은행들이 연쇄 도산하면서 뉴욕시 전체가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을 때, 뉴욕 시장이 쩔쩔매며 찾아간 인물이 바로 헤티 그린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려 110만 달러(현재 가치로 수백억 원)의 수표를 즉석에서 써내려가며 뉴욕시를 부도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월가의 거물 금융가들이 돈이 없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죠. 모두가 파멸할 때 헤티가 이런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 하나, 평소에 2천만 달러에서 4천만 달러 규모의 막대한 현금을 유동성 자산으로 굳건히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화를 보며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과연 시장에서 사냥꾼인가, 아니면 쫓기는 사냥감인가"라는 자괴감이었습니다. 헤티 그린이 뉴욕시에 수표를 날리던 그 위풍당당한 모습 뒤에는, 남들이 비웃을 때 묵묵히 현금을 총알처럼 장전해 둔 지독한 인내가 있었습니다. 반면 저는 어땠을까요. 계좌에 현금이 몇십만 원만 남아있어도 "돈이 놀고 있으면 손해"라는 강박증에 시달리며 당장 살 종목을 찾아 헤맸습니다. 헤티 그린이 공황이라는 거대한 먹잇감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자잘한 유혹에 흔들려 총알을 낭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3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투자의 진리는 화려한 매매 기법이 아니라, 모두가 울부짖을 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압도적인 현금의 무게'라는 것을 그녀의 사례를 보며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레버리지의 함정과 가치투자의 본질: 탐욕과 이성의 대조
헤티 그린의 이러한 행보는 현대 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의 함정과 가치투자의 본질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먼저 레버리지 상품에는 '음의 복리'라는 무서운 덫이 숨어있습니다.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손실이 단순 계산보다 훨씬 크게 누적되는 현상인데, 오를 때와 내릴 때의 저울추가 개미에게 절대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1907년 공황 당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던 월가의 천재들은 폭락장이 닥치자 증권사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들의 소중한 주식을 시장에 헐값으로 강제 청산당했습니다. 유동성(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능력)이 완전히 말라버려 파산한 것입니다.
반면 헤티 그린이 보여준 가치투자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인 내재 가치보다 훨씬 낮게 형성되어 있을 때 매수하고, 시장이 제 가치를 알아줄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전략입니다. 그녀는 현대 가치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이론을 정립하기 무려 60년 전부터 이 원칙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남들이 레버리지를 써서 탐욕으로 자산 가격을 거품 위에 올려놓았을 때는 철저히 현금을 쥐고 유동성을 유지하다가, 마진콜로 인해 시장에 헐값으로 쏟아지는 진짜 우량한 자산들을 바닥 가격에 사들였습니다. 가치투자는 결국 남들이 강제로 팔아야만 하는 고통의 정점에서, 부채 없는 현금의 힘으로 기회를 낚아채는 행위였던 셈입니다.
저는 한동안 '가치투자'라는 단어를 그저 입에만 바르고 살았던 허점 투성인 투자자였습니다. 장부상으로 좀 싸 보인다는 이유로 매수해 놓고는, 주가가 몇 달 동안 기어 다니면 금세 지루해져서 팔고 코인선물에 투자를 하곤 했습니다. "레버리지를 써서 빨리 원금을 불린 다음에 진짜 가치투자를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죠. 하지만 레버리지를 얹는 순간, 그것은 이미 이성을 잃은 탐욕의 영역이었습니다. 헤티 그린과 월가 투기꾼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었는가, 아니면 시간에 쫓기게 만들었는가'의 차이였습니다. 내 돈으로만 투자한 헤티는 시장이 반토막이 나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수십 년을 버틸 수 있었지만, 남의 돈을 빌린 투기꾼들은 단 일주일의 폭락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투자금액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짜 가치투자는 화려한 재무 분석이 아니라, 레버리지를 배격하는 강력한 절제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합니다.
인내심, 개미투자자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
이 잔혹하고도 위대한 역사를 공부하면서, 저는 제 주식 계좌와 투자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2020년과 2021년으로 이어지던 그 미친 유동성 장세 속에서 "지금 주식이나 코인 안 하면 평생 벼락거지 면치 못한다"는 공포에 격하게 휩싸였던 적이 있습니다. 주변 동기들이나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으로 몇백, 몇천 퍼센트 먹었다는 인증샷이 매일같이 올라오니 눈이 안 돌아갈 수가 없더군요. 빚을 내서 신용 거래를 하거나 미수를 쓰지는 않았지만, 더 빨리 자산을 불리고 싶다는 조급함에 제 순수 예수금을 몽땅 털어 2배, 3배짜리 레버리지 ETF와 변동성이 미쳐 날뛰는 코인 시장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펀드나 일반 우량주 같은 지루한 것 말고, 화끈하게 레버리지를 태워 남들보다 빠르게 앞서가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상승장은 짧았고 이듬해 찾아온 지독한 폭락장은 잔인했습니다. 비록 신용을 쓰지 않아 당장 주식이 강제로 팔려나가는 반대매매의 위험은 없었지만,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음의 복리'가 제 계좌를 실시간으로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수가 조금만 횡보하거나 하락해도 제 원금은 2배, 3배 속도로 빠르게 녹아내렸고, 하루 만에 한 달 치 직장 월급이 증발하는 기적을 매일 맛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 속을 끓이다가, 결국 매일 깎여 나가는 원금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가장 최악의 바닥 타이밍에 눈물을 머금고 손절 버튼을 누르고 나왔습니다. 내 돈으로만 산 레버리지라 해도 그 미친 변동성을 들고 있는 한,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어도 손이 덜덜 떨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5분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코인과 ETF 호가창만 새로고침하게 됩니다. 결국 시장이 내 계좌를 부수기 전에, 내 멘탈과 일상이 먼저 녹아내린다는 것을 몸부림치며 배웠습니다.
또한 가치투자니 장기투자니 하는 것들이 평범한 개미들에게 왜 말처럼 쉽지 않은지, 그 주범이 바로 'FOMO(소외감에 대한 공포)'라는 것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나름대로 공부하고 고민해서 들어간 우량주나 안정적인 펀드가 몇 주, 몇 달째 지루하게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로 기어 다니는 동안, 단톡방의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정체불명의 잡코인이나 테마주로 하루 만에 몇백만 원을 벌어 차를 바꾸네 마네 자랑하면 멘탈이 사정없이 붕괴됩니다. "내가 선택을 잘못한 건가?" 싶은 자괴감에 결국 잘 버티던 원칙을 져버리고, "딱 한 번만 먹고 나오자"며 남들의 잔치가 끝나가는 불장 꼭대기에 뒤늦게 올라타게 됩니다. 결과는 어김없이 세력들의 설거지감이 되어 청소되어 버리는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거의 1년 가까이 매달 적금 붓듯 모아가며 공을 들였던 종목이 몇 개 있었는데, 매일 마이너스에 파묻혀 지루하게 구는 걸 버티다 버티다 지쳐서 결국 본전에 던져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제가 팔아치운 그다음 주부터 미친 듯이 연일 급등하며 몇 배가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오래 기다렸고 인내했다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월스트리트의 마녀' 헤티 그린처럼 세상의 온갖 소음과 비아냥, 유혹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수십 년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초인적인 절제력에 비하면 제 인내심은 그저 가볍고 나약했던 것입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참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잔고(빚내서 주식 산 금액)는 시장이 꼭대기일 때 사상 최대치를 찍고, 시장이 폭락해 진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바닥일 때는 최저치로 떨어집니다. 가장 주식이 비쌀 때 빚을 늘리고, 가장 주식이 쌀 때 돈이 없어 쫓겨나는 개미들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저 역시 현금을 가만히 놔두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고, 당장 레버리지를 이용해야 남들보다 빨리 부자가 될 것 같은 조급함과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제 계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레버리지 포지션을 어떻게 현명하게 덜어낼지, 그리고 다가올 시장의 조정기에 헤티 그린처럼 웃으며 들어갈 수 있는 현금 비중을 어떻게 확보할지 차분히 노트를 펴고 정리해 보려 합니다. 유행을 좇지 않고 본질을 쥐는 투자가 결국 승리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