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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허블러 사태 (서브프라임, CDS, 실수)

by 재미있는경제사 2026. 6. 25.

투자 전문가들은 종종 천재 트레이더들이 시장의 모든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그들 역시 리스크 관리와 심리적 요인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미리 예견했던 모건 스탠리의 스타 트레이더 하위 허블러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지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욕심과 방심이 어떻게 한 사람의 판단을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입니다.

서브프라임을 먼저 읽은 사람, 하위 허블러

2000년대 초, 모건 스탠리의 채권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하위 허블러는 주택저당증권 거래로 수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습니다. (MBS: 은행이 주택 구매자에게 빌려준 담보 대출을 잘게 쪼개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구조화 상품) 당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단 한 번도 꺾인 적 없는 영원한 우상향의 신화로 포장되어 있었기에, 이 MBS는 월가의 모든 투자 카르텔 사이에서 사실상 위험이 전무한 '확정 수익 복사 기계'처럼 통용되며 폭발적인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블러는 남들이 호황에 취해 있을 때 이미 균열을 감지했습니다. 저신용 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MBS에서 채무 불이행 위험이 심각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은 절대 안 떨어진다"를 믿을 때, 그는 반대 포지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개미투자자로서 직접 겪어보니, 시장이 과열됐다는 걸 알면서도 대세에 올라타고 싶은 유혹은 정말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허블러는 그 유혹을 끊어냈다는 점에서 당시까지는 분명 탁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블러는 신용부도스왑(CDS)을 활용했습니다. CDS는 특정 채권의 부도 발생 시 손실을 보전해주는 보험 계약으로,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채권에 대해 CDS를 매수하면 실제 부도 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허블러는 20억 달러 규모의 CDS를 매수하여 서브프라임 붕괴에 대비했고, 이는 완벽한 예측이었습니다.

CDS(신용부도스왑) 매도, 리스크관리의 실패

하지만 허블러의 실수 역시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CDS 매수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가 쌓이자, 그는 이를 아깝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 감각이 리스크 관리의 패착이었습니다. 맞는 방향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길어지면 심리적인 부담과 욕심이 판단을 흐리게 됩니다.

이에 허블러는 AAA 등급 우량 대출 기반 CDS를 매도하여 보험료를 충당하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절대 망하지 않을 채권에 보험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논리였습니다. 문제는 규모였습니다. 20억 달러 CDS의 보험료를 감당하기 위해 무려 160억 달러 규모의 AAA 등급 CDS를 매도했습니다. 우량 채권 수수료가 매우 낮아 규모를 키워야만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는 저신용 대출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었고, 역사적으로 부도 확률이 0에 가깝다던 AAA 등급 채권이 무려 93%나 부도 처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매도했던 160억 달러 규모의 CDS에서 110억 달러의 손실이 확정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CDS에서 얻은 20억 달러 수익을 제외하더라도 순손실은 9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단일 거래 최대 손실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모건 스탠리는 상사들이 일부 포지션을 조기에 청산하여 회사 전체의 붕괴는 면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동안 60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를 겪었습니다.

실수의 반복

거래 참사 이후 허블러는 해고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사임을 권고받았습니다. 퇴직하면서도 1,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하니, 그간의 공로를 고려한 처우였겠지만 씁쓸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후 그는 '론 밸리 그룹'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주택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진, 이른바 언더워터 상태의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포기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언더워터란 담보 자산의 현재 가치가 빌린 대출 원금보다 낮아진 상황을 말합니다. 2008년 이후 미국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이 이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허블러의 전 직장 모건 스탠리 자체도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빌딩 5채에 대한 대출을 전략적으로 채무 불이행 처리했다는 사실입니다. 감당할 여력이 있음에도 재정적 판단에 따라 대출을 포기한 겁니다. 허블러는 그 경험을 사업 모델의 영감으로 삼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회사는 모기지 위기가 잦아들자 급속히 쇠퇴하였습니다.

허블러의 실수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리스크 관리 비용을 아끼려다가 훨씬 큰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보험료가 아까워 160억 달러 규모의 위험한 도박을 건 허블러의 사례는 투자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맞는 방향을 잡았을 때에는 그 방향에 집중하고, 비용을 아끼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심리에 져버리는 순간입니다. 저도 이 패턴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맞는 방향에 베팅해놓고, 수익이 생각보다 천천히 나면 지루해서 다른 곳에 손대다 결국 전체 수익을 날려버리게 되는 경험을 아직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결국 허블러의 사례가 남기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리스크관리 비용을 아끼려다 훨씬 큰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는 것. 20억 달러짜리 보험료가 아까워서 160억 달러짜리 도박을 건 셈입니다. 저도 포트폴리오에서 헷지 비용이나 손절 라인을 "조금만 더 버텨보자"며 흐지부지했다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맞는 방향을 잡았을 때는, 그 방향에 집중하고 쓸데없이 비용 아끼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심리에 져버리는 순간입니다. 다음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지금 내 포지션에서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지 한 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W_8Q6AcK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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