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박 5일 39만원!!!
홈쇼핑이나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패키지여행의 상품들을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저렴한 여행상품을 자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왕복비행기표만 검색해도 30만원이 넘는데 4성급 호텔에 전용버스와 매끼 식사까지 제공하면서 39만원이라는 가격은 도저히 계산이 되질 않는데요. 대체 여행사는 어떻게 이 가격에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당연하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글은 항공사, 호텔, 관광지, 현지 식당이 어떻게 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얽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초저가 여행상품을 완성하는지, 초저가 패키지의 수익구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패키지 상품의 구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항공, 호텔, 교통, 식사
사실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패키지여행을 가 본 적은 없습니다. 스케줄에 얽혀서 다녀야하는 여행을 싫어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부모님 세대나 자유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패키지여행에 익숙하실 겁니다. 항공권만 해도 패키지상품 가격의 70%에서 80% 가까이 차지하는데 대체 초저가 패키지 상품들은 어떻게 이 가격으로 구성할 수 있는 것일까요?
가장 먼저 여행상품 가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의 비밀입니다. 여행사들은 항공사로부터 비행기 좌석 수십, 수백개를 미리 통째로 사들이게 됩니다. 이거를 흔히 블록 좌석이라고 부르는데요.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여행상품이 팔리지 않게 되면 항공사와 여행사의 속은 바짝 타들어 가게 됩니다. 좌석을 팔지 못하면 소멸되어버리는 상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을 피하기 위해 여행사들은 패키지상품의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통 여행을 하다보면 호텔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저도 교통이 편하면 조용하게 쉴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외곽지역을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내중심에 가까운 곳으로 예약을 하는데요. 패키지여행을 하게 되면 등급은 높지만 시내에서 멀고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시내중심에 위치한 좋은 호텔들은 가만히 있어도 개인여행객들로 방이 차고 넘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사에게 헐값으로 방을 줄 이유가 없지만 외곽의 대형 호텔들의 속사정은 다릅니다. 평일이나 비수기에는 방이 비게 되면 상품의 가치는 소멸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여행사와 연간 단위로 대규모 단체손님 계약을 맺으면서 파격적인 가격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관광지와 식당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관광객을 데려오는 패키지 여행사들은 아주 고마운 큰손입니다. 관광지에 들어와서 추가요금을 내며 음료수를 사먹고 추가투어를 진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도 꽤 크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입장료 수수료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돌려주기까지도 합니다. 식당의 경우 현지 로컬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패키지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하루 종일 엄청난 양의 식사를 준비하며 식자재를 도매가로 사들이고 메뉴도 단일화해서 회전시키다보니 1인당 식대 원가를 훨씬 떨어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예약하면 수십만 원이 깨지는 요소들이 묶여 파격가로 나올 수 있는 비밀은 B2B 대량 계약과 대량 소비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랜드피와 현장 추가 결제 유도
기초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받는 39만 원에서 항공권 값을 빼고 나면 현지 행사(호텔, 식사, 버스)를 담당하는 현지 여행사(랜드사)에 줄 돈이 전혀 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저가 패키지의 진짜 핵심인 마이너스 랜드피 구조가 작동합니다.
한국 여행사는 랜드사에 행사 비용을 주기는커녕, "우리가 손님을 보내줄 테니 손님 1명당 오히려 돈을 내라"라며 커미션까지 받고 손님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현지 랜드사는 손님을 받는 순간 이미 수십만 원의 마이너스 채권(빚)을 안고 일정을 시작하게 되는 셈입니다.
랜드사의 입장에서 왜 굳이 손해까지 보면서 손님을 모셔와야 하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여행사들의 압도적인 물량 독점에 눈치도 봐야 하고 현장에서 여행을 데리고 다니면서 투어옵션과 쇼핑 커미션등으로 마이너스를 메우고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에 이 기이한 구조가 유지가 되는 것입니다.
초저가로 현지에 도착한 여행객은 랜드사 입장에서 이미 빚더미 상태로 넘어온 존재이기에, 현지 가이드와 랜드사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현장 추가 결제를 유도합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초저가 패키지여행의 필수 비용인 현지 가이드와 기사 경비입니다. 상품 상세 페이지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현지 가이드/기사 경비 50달러 별도"라고 표기해 둡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현금 지불' 항목입니다. 39만 원짜리 여행을 왔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본 7만원 이상의 현금이 바로 추가 결제되며, 이 돈은 가이드와 랜드사의 기본 손실을 메우는 1차 자금으로 쓰입니다. 패키지를 많이 다녀본 적이 없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제대로 이 금액을 알고 오지 못했다가 추가지출이 생기는 순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기분 좋게 여행왔다가 괜히 이 문제로 가이드와의 트러블로 인해 여행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들은 회사로부터 받는 기본급이 아예 없거나 극히 적기 때문에, 자신의 임금을 스스로 벌어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가 매출을 올려야만 합니다.

옵션 투어, 쇼핑 커미션, 그리고 선택지 차단
손실과 빚을 안고 출발한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가 진짜 알짜 수익을 올리는 핵심은 정교하게 짜인 동선으로 시작합니다
대부분 기본 포함되어 있는 투어는 사실 비용이 거의 안 드는 저렴한 코스입니다. 소비자를 버스에 태워 쇼핑몰과 고가 옵션 현장까지 옮겨놓기 위한 일종의 미끼 동선인 셈인데요. 현장에 내리면 가이드는 수십달러 상당의 옵션 투어를 권유합니다. 이때 옵션투어를 선택하지 않으면 무더운 길거리나 버스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기 때문에, 낯선 타지에서의 고립감과 단체 눈치 싸움 속에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옵션투어를 결제하게 됩니다. 일정 중 옵션투어는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5개에서 10개 정도까지 되는데요. 이 투어들을 몇 개만 진행하더라도 패키지투어 여행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10만원이 훌쩍 넘는 추가지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 선택관광일정마다 혼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사실상 무료관광만 즐기면 그냥 그 나라에 다녀온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몇 개는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노다지는 의무 쇼핑 관광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입니다. 라텍스나 영양제 매장을 몇 회 필수 방문하는데, 여행객이 물건을 사면 결제액의 30~50%, 심하게는 70%까지 가이드와 랜드사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매장 문을 잠그다시피 하고 강매하듯 설명하는 이유가 바로 이 커미션 때문입니다. 여기에 호텔의 경우 홀수 인원에 붙는 싱글 차치와 식사 업그레이드 옵션까지 유도하도록 촘촘히 설계되어 있습니다.
결국 초저가 패키지 시장의 본질은 상품을 싸게 팔아서 이유는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지 옵션과 쇼핑몰에 들어갈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에 있습니다. 겉보기엔 '39만 원'이라는 자극적인 숫자에 혹해 떠났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계산을 해보면 처음에 저렴한 가격에 예약했던 비용과는 달리 최소 몇십만원은 더 쓰고 돌아오게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아꼈다고 착각한 그 비용은, 정교하게 짜인 마케팅 시스템에 의해 완벽하게 회수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초저가 패키지여행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핵심은 겉으로 보이는 '39만 원'이라는 가격 뒤에 숨겨진 현지 경비, 필수 옵션, 그리고 쇼핑 일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사실 스스로 일정을 짜고 여행을 즐기는 데 서툰 분들에게 패키지여행은 매우 안성맞춤이고 소중한 이동 수단이 되어줍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홀로 편하게 패키지여행을 즐기는 친구가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오직 '저렴한 가격' 하나만 바라보고 떠난다면, 여행의 설렘을 느끼기도 전에 현장에서 불쾌감부터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약 전 상품의 보장 범위와 현지 필수 지출 금액을 미리 계산해 보고, '노쇼핑/노옵션' 상품의 진짜 가치와 비교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싸게 떠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내 소중한 기분과 시간을 망치지 않는 것'입니다. 눈앞의 파격 할인가에 혹해 타지에서 눈치 보는 여행을 할 것인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온전한 휴식을 즐길 것인지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