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중국의 루이싱 커피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사실 저도 작년까지는 이 브랜드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청도와 베이징을 여행하던 중,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지인과 함께 우연히 파란 사슴 간판이 그려진 매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당황하게 만든 건 매장에 서서 주문을 받거나 계산을 도와주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조건 어플을 켜서 결제까지 끝내야 주문이 들어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자도 잘 모르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낯설고 의아했지만, 매장 안이 군더더기 없이 참 간소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루이싱 커피는, 알고 보니 과거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했다가 끔찍한 사건으로 쫓겨났던 이력을 가진 기업이었습니다.

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다. 초저가 고효율의 모바일 혁신
2017년 중국에서 처음 창업한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 타도를 외치며 압도적인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무서운 속도로 매장 수를 늘려갔습니다. 그리고 창업한 지 고작 18개월 만인 2019년 5월에 미국 나스닥 시장에 당당히 상장했죠. 이들이 내세운 강력한 무기는 바로 제가 여행지에서 겪었던 '앱 주문, 픽업 및 배달'이라는 초저가 고효율 모바일 혁신이었습니다. 실제 제가 방문했던 지점은 주문 후 음료가 나올 때까지 잠시 대기하는 의자 몇 개를 제외하고는 손님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전혀 없었습니다. 스타벅스처럼 느긋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보는 아늑한 카페 문화와는 완전히 달랐던 것입니다.
이러한 독특한 매장 형태는 철저하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산된 전략이었습니다. 손님이 커피만 받고 바로 매장을 떠나게끔 유도하니까 굳이 목 좋은 곳에 넓은 평수의 매장을 얻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덕분에 매장 임대료와 화려한 인테리어 비용을 아주 크게 아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은 대면으로 주문을 받고 결제를 처리하는 감정 노동과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인건비까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에 재료가 떨어지면 본사 시스템이 매장별 재고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자동으로 발주를 넣는 기술까지 갖추었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다른 잡무 없이 오직 커피 제조라는 핵심 업무에만 기계처럼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고효율 시스템을 구축한 셈입니다.

매출 조작으로 인한 몰락, 그리고 피나는 체질 개선
그러나 화려한 영광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나스닥 상장 이듬해인 2020년 초, 무려 22억 위안(한화 약 3,8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가짜로 부풀려 장부를 조작했다는 내부 고발과 공매도 리포트가 터진 것입니다. 이 충격적인 사기극으로 인해 루이싱 커피의 주가는 하루 만에 70% 가까이 폭락하며 종잇조각이 되었고, 결국 2020년 6월 나스닥에서 불명예스럽게 상장폐지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았던 국제 시장에서, 루이싱 커피의 파렴치한 장부 조작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불신을 초래했습니다.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모두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루이싱 커피는 숨을 죽인 채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회계 사기극을 주도했던 기존 창업자들을 경영진에서 무자비하게 쫓아내고, 대형 사모펀드가 새로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투명한 전문 경영 체제를 새롭게 도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반전의 신호탄은 다름 아닌 현장의 '맛'에서 터졌습니다. 2021년 야심 차게 출시한 '생코코넛 라떼'가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그야말로 초대형 대박을 터뜨리면서, 과거의 가짜 숫자가 아닌 진짜 손님들에게서 발생하는 매출이 장부에 찍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침내 2023년을 기점으로 루이싱 커피는 매장 수와 매출액 모두에서 난공불락 같았던 스타벅스 중국 법인을 제치고 당당히 중국 1위 커피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아킬레스건, 3만 개 매장의 저주? 간과해선 안 될 3대 리스크
지옥에서 돌아와 엄청난 영업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을 자랑하는 알짜 기업으로 변모했지만, 투자자의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고객 충성도의 한계입니다. 스타벅스 고객들은 고유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와 편안한 공간 가치를 소비하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올라도 매장을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반면 루이싱의 고객들은 철저하게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아서' 소비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만약 시장에 루이싱보다 더 싼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는 강력한 경쟁 업체가 등장한다면, 고객 이탈이 매우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입니다. 둘째는 글로벌 확장성의 어려움입니다. 실제로 제가 여행하면서 무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현금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길 위에서 장사하는 노상의 상인들도 모두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시스템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촘촘한 모바일 결제 환경과 배달 인프라가 갖춰진 중국이었기에 성공한 모델이라, 현금 결제나 카드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동남아나 다른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때는 현지 인프라 장벽에 가로막히게 됩니다.
가장 무서운 위험은 바로 천문학적인 고정비 부담입니다. 현재 루이싱 커피는 대륙 전역에 3만 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록 매장 크기가 작다고는 하나, 이 수많은 매장 중 대부분은 자가가 아닌 임대 형태입니다. 한 달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월세와 임대료 부담만 수백억 원에 달하며, 여기에 원두, 우유, 플라스틱 컵 같은 포장재 비용과 수만 명의 인건비까지 더하면 매달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고정비가 지속적으로 지출됩니다. 이 무시무시한 비용을 감당하려면 매일 전 대륙에서 수백만 잔의 커피를 쉬지 않고 팔아치워야 합니다. 만약 중국 내 경기 침체나 소비 둔화로 인해 매출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기 시작한다면 기업의 현금흐름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루이싱 커피는 과거 월가의 거대 펀드들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수조 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가 남아있는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시스템과 독한 생존력으로 스타벅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루이싱 커피는 이 기세를 몰아 과거의 아픔이 남아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으로의 재상장을 진지하게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우리가 분석해 본 거대한 고정비 리스크와 낮은 고객 충성도,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깊은 불신은 재상장의 문턱을 무겁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만약 과거처럼 또다시 장부 조작 사건이 터진다면 나스닥 시장 전체의 신뢰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행길에 우연히 맛본 커피 한 잔에서 알게 된 대기업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는 일은 참 흥미롭습니다. 나스닥 재상장을 준비하는 이 중요한 길목에서, 여러분은 루이싱 커피의 미래를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투자 기회로 보시나요? 아니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신기루로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