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게임스탑 공매도 (레딧, 숏스퀴즈, 로빈후드)

by 재미있는경제사 2026. 5. 29.

투자, 특히 주식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2021년에 전 세계를 뒤흔든 게임스탑 사태를 알고 계실 겁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당시에 게임스탑 주가가 폭등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뉴스에서 미국 게임 회사 주가가 이상하게 올랐다는 가십거리 이야기만 흘려들었을 뿐이었는데요. 나중에 영화 덤 머니를 보면서 처음으로 이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고, 그때 느낀 건 단순한 흥미를 넘어 묘한 통쾌함과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카타르시스였습니다. 매번 기관과 외국인에게 털리기만 하던 개미투자자로서, 이 사건은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제 시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레딧을 통해 뭉친 개미들

게임스탑은 2000년대 중반 오프라인 게임 유통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게임 유통을 잠식하면서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가의 거대 헤지펀드들이 이 회사를 공매도 타깃으로 삼은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더 싼 값에 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입니다. 주가가 내려가면 돈을 버는 구조인데,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실이 이론상 무한대가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멜빈 캐피탈은 바로 이 전략으로 게임스탑을 2014년부터 꾸준히 무자비하게 공략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건, 당시 게임스탑의 공매도 잔량이 발행 주식의 무려 140%에 달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수치가 시장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공매도한 주식을 또 빌려서 재차 공매도하는 탐욕의 돌려막기가 반복된 결과였습니다. 이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갇힌 사람들이 대거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었습니다. 로빈후드같은 수수료 없는 투자 앱 덕분에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고,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커뮤니티는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결속을 다지는 거대한 아지트가 됐습니다.

이 소식을 영화로 접하면서 저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회사에서 상사 눈치 보며 이리저리 치이고,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에서 유일한 돌파구로 주식 앱을 켜는 제 모습이 그 레딧의 방구석 개미들과 너무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거대 자본이 한 기업을 잔인하게 밟아 죽이려 할 때, 전 세계의 평범한 개미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똘똘 뭉쳐 대항하는 모습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일종의 계급 전쟁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숏스퀴즈, 헤지펀드의 무기가 역으로 향하다

숏스퀴즈란 공매도 세력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폭등하자,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다시 사들이게 되고(숏 커버링), 그 매수세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주가를 더욱 미친 듯이 밀어 올리는 연쇄 폭등 현상입니다. 2008년 독일 폭스바겐 사태 때 하루 만에 주가가 4배 넘게 오르며 공매도 세력이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던 것이 대표적인 선례입니다. 레딧의 한 유저가 게임스탑의 이 비정상적인 140%의 공매도 잔량을 분석해 숏스퀴즈 가능성을 올렸고, 여기에 닉네임 로어링 키티로 활동한 키스 길이 등장했습니다.

키스 길은 2019년부터 단돈 5만 달러로 게임스탑 주식과 콜 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며 매달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유튜브에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처음에는 월가와 대중 모두가 그를 "덤 머니(멍청한 돈)"라며 비웃었지만, 그의 분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2021년 1월, 라이언 코헨의 이사회 합류와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 줄이 기폭제가 되어 주가는 단숨에 폭발했고, 결국 멜빈 캐피탈을 비롯한 거대 헤지펀드들이 입은 손실은 무려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조 원에 달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기관을 상대로 완벽한 K.O. 승리를 거둔 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숏스퀴즈의 무서움을 주식이 아니라 코인 시장에서 매운맛으로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한 알트코인이 단기 과열되었다고 판단해 "이건 무조건 떨어진다"에 베팅하는 숏(선물 매도) 포지션을 잡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 달리 고래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더니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청산 가격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손실을 줄이겠다고 시장가로 부랴부랴 매수 주문을 넣었는데, 제가 매수하는 그 행위 자체가 주가를 더 폭등시키는 땔감이 되는 악순환을 경험했습니다. 결국 눈 깜짝할 사이에 예수금이 살살 녹아내리며 청산을 당했고, 자취방 침대에 대자로 뻗어 천장을 보며 허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당해봤기에, 월가의 그 콧대 높은 펀드매니저들이 개미들의 매수세에 밀려 25조 원을 쥐어짜이며 비명을 질렀을 그 순간이 얼마나 처절했을지 머리보단 가슴으로 먼저 이해가 갔습니다.

로빈후드 매수 제한의 진실, 불공정한 운동장

게임스탑 사태에서 제가 가장 분노했고, 동시에 깊은 환멸을 느꼈던 장면은 숏스퀴즈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직후에 터진 '로빈후드의 매수 제한 사태'였습니다. 개미들이 승기를 잡고 헤지펀드의 숨통을 조여 가던 2021년 1월 28일, 투자 앱 로빈후드는 청산소의 증거금 폭증이라는 핑계를 대며 게임스탑의 '매수 버튼'을 강제로 없애버렸습니다. 오직 매도만 가능하고 매수는 불가능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기형적인 규칙 변경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중에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추악했습니다. 로빈후드 매출의 절반을 쥐고 흔들던 거대 자본 '시타델 증권'이 뒤에서 멜빈 캐피탈에 자금을 수혈하고 있었고, 매수 제한 직전 이들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미가 게임 규칙 안에서 정당하게 기관의 대가리를 깨부수려 하자, 심판과 구단주가 짜고 경기 중에 룰을 바꿔버린 셈입니다. 이 사건은 개미투자자의 단결력이 거대 자본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 시장이 애초에 우리 같은 개미들에게 절대 공정하지 않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뼈저리게 각인시켰습니다.

실제로 이런 불공정한 충돌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저도 똑똑히 기억하는 2023년 대한민국 코스닥 시장의 에코프로 사태 역시 본질은 똑같았습니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에코프로의 하락에 배팅하며 공매도를 쏟아부었지만, 화가 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똘똘 뭉쳐 매수로 대응하며 결국 공매도 세력의 항복(숏 스퀴즈)을 받아내고 주가를 엄청나게 끌어올렸었습니다. 저 역시 그때 단톡방에서 "공매도 세력들 매운맛 좀 봐라"며 응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스템을 쥐고 있는 기득권들의 장난질과 불투명한 시장 환경 속에서, 결국 마지막 고점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설거지를 당해 피눈물을 흘리는 쪽은 언제나 정보가 느린 개미투자자들이었습니다.


게임스탑 사태와 영화 덤 머니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 개미들에게는 분기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단기적인 주가 흔들림을 무시하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의 자유'가 있고, 뭉치면 기관을 파산시킬 수도 있는 강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판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매수 버튼을 뽑아버리는 사기꾼들이 널려있는 곳이 바로 이 주식 시장이라는 잔인한 현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척박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주식, 펀드, 코인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철저하게 영리해져야 합니다. 게임스탑 사태 때도 환희에 찬 개미들의 승리 이면에는, 뒤늦게 탐욕에 눈이 멀어 꼭대기에서 전 재산을 태웠다가 계좌가 박살 난 수많은 직장인 개미들의 비극이 존재했습니다. 기관을 이겼다는 유쾌한 통쾌함에 취해 나도 모르게 불나방처럼 급등주에 뛰어드는 뇌동매매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jrPL2JT-ro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과거로부터 현재를 배운다 경제사공부